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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6 09:11
[여왕이라 불러다오 Call Me Queen] 수리진님 소설

이 소설은 [Kiss Me Much]의 외전이다. [Kiss Me Much]에도 등장했던 손병철과 마사현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Kiss Me Much] 마지막에 작가님이 [여왕이라 불러다오]를 잠시 언급하셨는데, 그때 분위기는 '코미디'였다. 짧은 한줄이었지만 그것만 보고 '아하, 이 작품 웃기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아니었네. 읽는 동안 몇번이나 눈물이 나서, 마음이 아파서, 힘이 빠졌다. '이를 어쩌면 좋아, 그 아이를 어쩌면 좋아, 저 아이들을 어쩌면 좋아' 그런 생각만 들었다. 물론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이들은 아니고 나랑 동년배 남자들이다만.
[여왕이라 불러다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이쪽 장르에서 흔히 떠올리는 그런 '여왕'을 의미한다 생각했다. 상대를 자신 뜻대로 쥐고 흔들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도한 이미지. 그런 뜻을 가진 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이 예상에서 벗어났듯, '여왕'이란 단어의 의미 역시 내가 생각하던 의미가 아니었다. 마사현이 자신은 '여왕'을 할 거라고 했을 때, '아, 아아, 아아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런 뜻이었구나' 찡해서 눈물이 나오더군.
[Kiss Me Much]에서완 너무 다른 손병철의 모습에 처음엔 적응이 안됐지만, 깨달음도 얻었다. 역시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모습이나 상황만 두고 판단할 수도 없다. 이 말은 이규호에게도 해당된다. 처음 이규호가 등장했을 때는 손병철과 마사현이 어찌 되는 거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저 '이규호가 제일 가엾다'라는 생각 뿐이다. 이규호가 취한 방법이 어린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어느새 굴레에 갇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너무 소중해서 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규호의 시점으로 이어지던 '뇌'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안울 수가 없었다. 사실은 이렇게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자니 또 생각나서 눈물이 날 정도다. 과거 이야기와 그려지지 않았던 캐릭터들의 심리가 그려질수록, 절대적으로 나쁜놈을 제외하곤 누구 하나 가엾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나는 처음부터 손병철과 마사현이 행복해지길 바랬지만, 그래서 중간즈음에 두 사람이 잘못되는 거 아닌가 싶어 굉장히 불안하기도 했지만, 막상 두 사람이 행복한 결말을 맞으니, 한사람이 눈에 밟힌다. 사랑하지만 한번도 소리내어 표현하지 못한 사람이 밟힌다. '내가 먼저 사랑했는데'라는 말이 자꾸 밟힌다. 제대로 된 애정표현을 몰랐던 그 한사람이 밟힌다. 서로 사랑하지만, 과거일에 매여(물론 그 이전에 맺어질 수도 없는 관계이긴 하다) 진심을 전하지 못한 두 사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두 사람 사이에서 두 사람의 진심을 가슴에 품고 있을 마사현도 신경쓰인다. '내가 먼저 만날 수도 있었는데'라는 마사현의 말이 가슴 아프다.
이렇게 얽힐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사랑의 화살표가 많이 나오는 작품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 감정 가지고 장난치나' 혹은 '어쩌잔 말이냐'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세상에 일방통행 사랑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확실하게 실선으로 된 쌍방통행 선이 눈에 보이는 관계가 있는 반면,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쌍방통행선도 있을 수 있다. 작품에서 그런 관계를 접할 때마다 매번 가슴이 너무 아픈데, 이번에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읽기 시작할 때는 손병철과 마사현을 가운데 세워두고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손병철과 이규호를 가운데 두고 화살표를 그려야만 할 거 같다.

병철이를 위해 확실하게 분리해버렸던 좌뇌와 우뇌가, 이제는 사이좋게 섞이면 좋겠다. 그리고 행복해지면 좋겠다. 한쪽뇌로 된 세상에서 살지 말고, 양쪽뇌로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 심하게 몰입해서 읽었는데, 읽으면서 무지 많이 아프고 슬펐는데, 그게 표현이 마음대로 안되니 아쉬울 따름이다. 규호가 남긴 편지에서 '너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많이 닮았다. 옛말에 신경쓰지 마라.' 이 문구를 읽고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너의 형이'라는 이 문장도. 내가 자꾸 이규호에게 신경쓰게 되는 것은....사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마음이 아파서겠지. 마음이 아파도 나는 역시 결말이 마음에 든다. 12월 25일에 태어난 마사현이 병철이에게 '너의 죄를 사하노라'라고 말했을 때, 나는 잠시간 멍해졌다. 음, 역시 마음에 드는 결말이다.


6/21 덧붙임.
외전 [사랑한다 말해다오]를 읽고.
손병철과 마사현은 함께 살고, 서로 사랑하지만, 아직 마사현은 손병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지난 3주 정도 접대와 야근으로 손병철은 늘 자정을 넘겨 귀가한다. 그날도 손병철은 새벽 2시가 넘어 귀가해선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살짝 지갑을 살펴보는 마사현. 거기서 나온 것은, 이규호가 남기고 간 손병철과 마사현, 두 사람의 사진이었다. 심란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 마사현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손병철에게 하고 만다. 왜 손병철이 그렇게 바쁘게 일했던가는 책을 읽어보시라!
손병철과 마사현, 정말 이쁘다. 2초마다 섹시해지고 2초마다 아름다워지는 커플. 손병철은, 마사현이 자신에게 너무 과분한 사람이라 생각해 언젠가 자신을 떠나가지 않을까 불안하다.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던 날, 혹시나 떠나갈까 덧붙여 '같이 있어줘'라고 말하던 손병철. 거참, 고백받고 우는 사람은 마사현인데, 그 부분 읽을 때 나도 눈물이 날만큼 찡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아유, 이쁜 사람들같으니라구!! 손병철은 그 바쁜 와중에도 젖소무늬 고양이를 찾아내서 마사현에게 선물하기까지 한다! 마사현이 무슨 말을 해도 그저 '미안해'라고만 하는 것을 보면, '나에겐 과분한 사람'이란 생각이 늘 머리한켠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여하튼, 읽고나서 뿌듯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어서 아주 많이 좋다.